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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열린음악회

블랙이네 2008. 9. 20. 19:55
2007.5.15. 열린음악회


상명대학교에서 상명70주년 열린음악회를 한다고해서

저녁에 음악회를 보러 갔다. 표를 당일 임박하게 구하는 바람에

갑작스런 구경을 하게 되었다. 범계역에 노숙자처럼 죽치고 표를

가지고 오는 작은 애와 접선하듯 받아가지고 그 길로 전철을 탔다.


종로구에 있는 상명대학교는 가파른 산 꼭대기에 자리하고 있었다.

올라가도 올라가도 가파른 언덕을 오르고, 경사가 급한 에스컬레이터

를 타고 올라가니 시야가 탁 트여 온 동네가 한 눈에 들어왔다.

구두 신고 등산을 하자니 발가락에 팥알만한 물집이 잡혔다.

다시 가파른 언덕을 내려가니 월드컵 때 광화문을 연상하게 할 만큼 많은

사람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일명 바람잡이가 "거치른 벌판위를 달려가자~"

선창을 하면서 관객의 시선을 끌고 있다.

어디서 모였는지 징그러울 정도다.


공연을 보기 전에 이동식 화장실에 가서 볼 일을 봤다.

하얀색 이동식 화장실은 남자 여자 남자 여자... 이렇게 네 개의 문이 있는데

여자 그림이 그려진 문을 열고 들어서면 화장실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 다섯 개의

화장실 문과 한 개의 세면대까지 있었다. 화장실 안은 집에 있는 좌변기가 놓여있고

물을 내리면 센 물쌀이 오물을 쓸어 내렸다.

한 엄마가 말했다.

"역시 KBS가 뜨니까 뭐가 달라도 다르네. ㅋㅋ"

늦게 나선 바람에 앞자리는 벌써 다른 사람들이 다 차지하고 맨 뒤에 자리를

잡았다. 무대에 선 사람들이 인형극에 나오는 인형처럼 눈코입도 보이지 않았다.

꼬물꼬물. 그래서 목소리만 라이브로 듣고 얼굴은 좌측에 놓인 큰 스크린을 통해

볼 수 밖에 없었다. 가수들을 직접 가까이에서 볼 수 없어서 무척 아쉬웠다.


김건모, 이장훈, SG워너미, 장윤정, 거북이, 이재원, 크라잉넛,
천상지희, 바리톤 류현승,MC 황수정.

짱짱한 출연진이다. 듣도 보도 못한 가수들까지.

PD가 나와 녹화를 진행하는 동안 조심할 사항을 자상하게 알려 준다.

관객의 협조가 있어야 녹화가 가능한 방송이라 PD는 자상한 얼굴에

자상한 목소리로 주의사항을 설명하고 있다.

1.관객의 얼굴을 카메라에 잡을 때 카메라를 의식해서 얼굴을 숙이거나
고개를 돌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2. 카메라에 잡을 때 음식물을 먹고 있으면 안 좋다고 녹화가 시작되면
음식물을 먹지 말아 달라. 또 껌을 씹는 분은 종이에 싸서 가방에 넣
어달라.

3. 박수 많이 쳐 달라.

4. 음악이 경쾌하고 신나는 음악이 나오면 나누어 준 하얀 타월을 허공을
향해 돌려 달라.

공연이 시작되었다.

가수들은 무대에서 참 신나게 맛깔나게 잘 논다. 자신들의 넘치는 끼로

관객들의 어깨를 들썩이게 한다. 그런 흥을 갖고 태어 났으니 노래 부르는

것을 직업으로 삼고 살아가겠지만 그들은 참 특이한 사람들이다.


내 앞에 앉은 대학생 남녀 커플 한 쌍이 주위 의식않고 어깨를 들썩이며

노래를 따라 부르느라 의자가 디뚱거린다. 남학생은 여자 아이가

무척 좋은지 어깨 끌어앉고도 부족해 얼굴을 부빌정도로 맞닿게 들이밀고

뭔 얘기를 하는지. 박장대소...

머리카락을 쓸어 올려 주기도 하고 둘이 자기들만의 놀이에 공연 관람은 뒷전이고

애정행각에 더 몰두 하는 것 같다. 둘 다 뒤통수들은 예쁘던데 여학생이

얼마나 예쁘길래 남학생이 폭 빠져 그러나 막 웃고 있는 여학생의 옆모습을

보니.... 푸하하 제 눈에 안경이란 말이 왜 나왔는지 알 것 같다.

여학생은 긴 생머리에 구강구조를 말하자면 입은 돌출되고 웃는데 뻘건

잇몸이 장난이 아니다. 웃지 않으면 그래도 예쁜 얼굴이긴 하다. ㅋㅋ

이러는 내가 웃기다. 젊음이 부러워 삐딱한 시어머니같다. 젊음은 좋은 것이다.

그럴 수 있는 걔네들이 부럽기도 하다.


공연 말미에 장윤정이 노오란 옷을 입고 나와 아줌마 아저씨 관객을 즐겁게

한다. 모나리자, 어머나, 짠짜라, 어부바까지...

아줌마, 아저씨들은 장윤정의 노래가 끝나자 뒤에 나오는 젊은 가수 SG워너비를

무시하고 다 빠져 나가서 빈 의자만 덩그라니 폭탄 맞은 거 같다.

우리도 SG워너비 노래 한 곡만 듣고 그들을 따라 일어섰다.

시간도 너무 늦고 갈 길이 멀기 때문에.

표를 늦게 구해줘 공연을 제대로 봤는지 염려가 되는 작은 애의

문자가 연신 들어왔다. 가수 얼굴을 가까이에서 보지 못한 아쉬움이

컸지만 엄마 공연 보러 가라고 표 구해 전해 주느라 몸이 달았을

딸의 마음이 고맙고 예뻐, 넘치게 공연 잘 봤노라고 즐거웠노라고

답문을 해 줬다.

사실, 가수 얼굴을 가까이에서 보지 못한 것 빼고는 다 좋았다.

벌써부터 열린 음악회 한 번 보러 가고 싶었었는데 기회가 없었다.

어떻게 녹화를 하는지 전체적이 그림을 그릴 수 있어서 충분히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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