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5.13.일. 오후3시 이미자 공연 - 안양문예회관
"엄마, 우리동네에 가수 이미자 공연 한다는데 보실래요?"
친정 어머니는 잠깐의 망설임없이
"알았어. 그런데 비쌀텐데....."
"좋아요? 그럼 됐어요. 예매할게요."
어버이날이나 어머니 생신에 선물을 하려 하면 떠오르는 것이
없을만큼 어머니는 뭐 사드릴가요? 하고 여쭈면 "됐다. 너희
애들 공부시키느라 힘들텐데 나는 됐다."로 일관하셔서 우리를
고민하게 하셨다.
그러던 어머니가 선뜻 좋다고 하시니 놀랍기도 하고 한 편으로
정말 좋아하시는 걸 해 드리는 것 같아 내 마음이 더 좋았다.
눈이 부시게 맑은 날, 공연장으로 향하는데 어머니도 나도
설레였다.
어린시절엔 어머니가 내 손 꼭 쥐고 어디든 데리고 다녔다.
세월은 유수와 같다더니 어머니는 언제부턴가 내게 어린 아이로 다가왔다.
이제 내가 손을 잡아드려야 할 만큼 기력이 없으셨다.
나는 어머니 손을 꼭 쥐고 공연장으로 들어섰다.
며느리나 딸과 함께 공연을 보러 오신 어르신들로 빈자리가 없었다.
칠순이 낼모레이신 어머니는 노래교실에 다닌다.
노래방에 가서 한 곡을 부르면 다음 부를 곡이 없는 나와는 달리
어머니의 애창곡은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전통가요 가수 이미자의 공연이 시작되었다. 두 시간 꼬박 셀 수도
없는 노래를 열창을 하고 관객들의 환호와 박수소리가 더해져 공연장에
훈기가 느껴졌다. 사회를 보는 김동건 아나운서의 재치있는 입담으로
어르신들이 오랜만에 시원하게 웃으셨다.
화면 가득 '아씨', '여로', '서울이여 안녕'의 드라마 흑백필름이
돌아가고 드라마 주제곡이 불려졌다.
"옛날에 이 길은 꽃가마 타고 말탄 님 따라서 시집 가던 길.
여기던가 저기던가 복사꽃 곱게 피어 있던 길, 한 세상 다하여
돌아 가는길 저무는 하늘가에 노을이 섧구나."
'아씨'가사가 마음에 와 닿았다.
가수 이미자님은 국민의 사랑을 받은 노래가 많아 노래를 따라
부르는 어르신들이 많았다. 어머니는 2시간 내내 노래를 따라
부르더니 공연장을 나올 때 목이 아프다며 웃으셨다.
올해는 유독 어버이날, 길거리의 카네이션에 마음이 아파 부모님
산소에 다녀왔다는 친구의 말이 떠올랐다.
"계실 땐 몰랐는데 보모님이 안 계신다는 건 마음이 아픈거야."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