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란시장 가요?
평촌성당 버스정류장에서 서현역 가는 3330번 좌석버스를 탔다.
앞문 맨 앞자리가 비어 자리에 앉아, 바로 좌석버스가 고속도로를 타기때문에
안전벨트 끈을 쭉 - 잡아당기는데 옆에 앉은 할머니가 손에 성당 묵주를 돌리며 나에게 묻는다,
" 모란시장 가요?"
모란시장 가냐고 물으시는 걸 보니 할머니가 모란시장에 가시나 보다... 라고 생각하고
"모란시장 가세요?"
하고 되물으니 모란시장에 가신단다.
그런데 이 버스는 모란시장 가지 않는데... 이상하다.
"이 버스 모란시장 가요?" 하고 할머니께 여쭈니
"예, 모란시장 가요." 라고 대답하신다.
이상하다... 내가 버스를 잘못 타지는 않았는데.. 그때 우리 버스 앞으로 333번 좌석버스가 보였다.
"저, 버스가 모란시장 가는 버스인데요."
"이 버스 333번 아니예요?"
차 안을 둘러보니 3330 좌석버스가 맞다.
"아이고, 내가 저 버스를 타야하는데.. 어떻게 이 버스를 탔지."
놀라서 운전사 아저씨한테 물으니 이매촌역 버스정류장에서 갈아타라고 했다.
운전사 아저씨의 말에 안심을 하신 할머니가
당신이 왜 모란시장에 가는지를 이야기 하고 계셨다. ㅋ
"아들, 며느리가 미국에서 사는데 다니러 와서 삼계탕 끓여주려구 모란시장 가요....
모란시장에 가면 살아있는 닭을 잡아주는데 삼계탕을 끓이면 얼마나 맛있는지...
그래서 닭은 꼭 모란시장에 가서 사와요. 4마리 사서 8명이서 반 마리씩 먹을 건데 반 마리면 충분해요.
1마리에 13,000원인데.. 맛있어요. 닭에 인삼, 대추 넣고 찹쌀 넣고 .. 밥은 따로 찰밥으로 하고...
빨갛게 겉절이해서 먹으면 정말 맛있어요.... "
할머니의 삼계탕 끓이는 말씀이 어찌나 맛있는지 낯 모르는 할머니 따라가
한 그릇 얻어 먹고 오고 싶은 충동이... ㅋ
할머니는 묻지도 않았는데 내가 버스에서 내릴 때까지 조근조근 당신 이야기를 하셨다. ㅋ
손주랑 아들 며느리가 다니러 온 것이 기분 좋으신 듯하다.
할머니처럼 모란시장에서 살아있는 닭을 잡아다 삼계탕은 끓이지 못하지만,
복날에 할머니 말씀처럼 생닭에 인삼, 대추 넣고 삼계탕 끓이고
찰밥 짓고, 겉절이해서 먹어보고 싶다.
얼마나 단맛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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