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0월 5~6일. 맑음 - 외 금강 비룡폭포.
아침에 눈을 뜨니 몸이 멍석말이를 한 것처럼 아프다. 어제 밤에 금강산에
다녀 와 현관을 들어서는데 남편과 나는 금방 엎어질 사람처럼 비척거렸다.
메밀꽃 필 무렵의 봉평에 놀러 갔다 오면서 나누어준 관광 안내문에 금강산
여행 모집 광고가 있었다. 열차로 가는 무박2일 여행.
남편에게 '여기 갈래?' 하고 물으니 웬일로 선뜻 "그래." 그런다.
그래서 예약을 했는데 여행사에서 열차로 가려면 300명정도는 모집이 되어야
하는데 서른 명정도만 예약을 해서 관광버스로 가야 한다고 했다. 남편은
기차가 아니면 긴 시간을 앉아가기 정말 힘들텐데... 걱정을 했지만 마음 먹은 김에 떠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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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5일 금요일, 밤 11시에 서울역에서 출발해 시간이 넉넉하다고 두 차례나 중간
휴게소에서 30분씩의 넉넉한 휴식시간을 갖고 고성에 도착했는데도 해금강 식당에서
시계를 보니 새벽 3시 30분이다. 하늘의 별도 반짝이고 깜깜한 어둠 사이로 파도 소리가
들려온다. 아침이라고 하기엔 너무 이른 새벽 4시에 북어국으로 아침(?)을 먹었다.
오는 동안 기사 아저씨가 "내일 산행을 위해 주무십시오. 불을 다 끄겠습니다."라고
했지만 잠이 오지 않아 뜬 눈으로 고성까지 왔는데 내일이 걱정이긴 하다. 억지로
잠을 청했지만 자리가 불편해 그런지 죽어도 잠이 오지 않았다. 코를 골며 자는 사람도
있던데 엄청 부러웠다.
홍익여행사는 여행 인원만 모집해 주고 관광버스와 기사 아저씨, 그리고 진행요원 모두
현대아산 쪽에서 맡아 했다. 기사 아저씨는 전적으로 북한만 왔다갔다 하는 아저씨였다.
봄철과 가을이 성수지 중에서도 최성수기라 하루도 쉬지 못하고 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북에서 뭐가 제일 맛있냐고 했더니 맛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북에 왔으면 냉면을 한
그릇 먹어보고 가는 것이 좋겠다며 냉면을 추천했다. 그래도 2박3일은 묵어야 온천도
여유있게 하고 서커스도 보고 하면 좋다고 했다.
'금강산'을 택한 것은 태어나서 한 번도 가 보지 못한 곳을 밟는다는 의미와
북쪽의 산을 오른다는 등산의 의미를 두고 금강산 여행을 결정했다.
그리고 딱히 금강산이 아니라고 해도 '여행'이라는 것이 일상을 잊고 넘치는
자유를 느끼며 평소에 해 보지 않던 일탈을 꿈꾸는데 그러나 자유는 포기해야 할 것 같다.
우리는 민간인 통제구역(이 지역은 사람은 살지 않고 우리 민간인이 농사 지으러는
들어 갔다 나왔다는 할 수 있음) 을 지나 남북출입국 관리소에서 사람은 다 내리고
사람은 사람대로 차는 차대로 따로 검사를 한다고 했다.
하지 말라는 것이 참 많았다. 조심해야 할 것도 많았다. 남측 출입국 사무소를
거치기 전에 카메라에 대해서 얘기가 많았다. 먼거리를 줌인시켜 잘 볼 수 있는
성능 좋은 카메라, 망원경, 핸드폰, 녹음이 되는 mp3는 가져 갈 수 없다.
우리 일행은 휴대폰과 여분의 충전지까지 다 내 놓았다. 북쪽에는 기지국이 없어
터지지도 않을텐데
북측 출입국 관리소로 이동하면서 우리 일행을 가이드 할 일명 '조장'이라 칭하는
총각이 학교 다닐 때 소지품 검사 하듯이 일일이 카메라 검사를 했다.
"다 카메라를 꺼내 보세요."
그런데 성능이 좋은 카메라를 한 대 찾아 내 보관을 해 주겠다고 했다. 대신 일회용
카메라를 사 가지고 들어가라고 했다.
군사분계선을 넘어 갈 때 카메라로 창밖의 경치를 찍어는 절대 안 된다고 했다. 군사
분계선은 군사지역이기 때문에 사진 촬영을 할 수 없다고 했다. 햇볕이 강하게 내리
쪼여도 커텐을 쳐서도 안 된다고했다. 커텐을 치면 북측의 의심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운전사 아저씨가 물었다. "혹시 신문 가져 오신 분 있나요? 차에 신문을 두고 내리시면 제가
벌금을 뭅니다." 차에 쓰레기를 남겨도 안 된다고 했다. 쓰레기가 있으면 버스 검사를 할 때
시간이 지체 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관광버스의 번호판도 다 가려 놓았다. 북측에서 그렇게
하라고 했단다. 서울, 경기, 부산..... 이런 지명도 북측 주민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단어인가
보다.
이날만 2천명이 넘게 북으로 들어왔다고 했다.
번호판 가려진 사진
북측관리소에서는 우리 귀에도 익은 북한 여성의 '반갑습니다.~ ' 노래가 흘러 나왔다.
북측출입국관리소에서 우리 일행 한 사람에게서 일이 발생했다. 개인들 모두 자기 신상이
적히고 사진을 박은 카드를 목에 걸고 다니게 되어 있다. 목에 건 종이엔 이름, 주소, 직장 소속
등 여러가지가 적혀 있다.
신상카드에 (외금-당일-18-28)이란 자기 번호가
있다. 이는 -외금강을 여행하는데 숙박이 아닌 당일코스 여행이고 18조의 28번이란 뜻이다.
북한도 외국(?)이다. 해외여행 할 때처럼 우리쪽 검색대에서 검색을 마치고 --- 버스 타고
이동해 북측 검색대를 통과하고 북으로 들어간다.
군사분계선을 지나는데 야트막한 언덕배기에 어린 군인이 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마네킹처럼
서 있다. 군인의 눈은 CCTV처럼 우리들을 감시하느라 바삐 움직인다.
군사지역엔 야트막한 돌산이 많고 그 산 위에 탱크가 눈에 많이 뜨인다. 논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도 간간이 보이고 얕은 개울을 건너는 아이들의 모습도 보인다. 신을 벗고 바지 끝을
걷고 자전거를 어깨에 울러 메기도 하고 그냥 끌고 건너기도 한다. 기사 아저씨는 겨울에도
저리 맨발로 개울을 건너 다닌다고 했다.
갈대가 참 많다. 밭에서 소를 끌고 흙을 뒤집는 모습도 보인다. 자전거 도로에 둘, 셋 자전거를
타고 달린다.
북측 출입국 사무소를 지나 북으로 넘어가면 북측 식당이 몇 있고 남한에서 들어가서 식당을
차린 우리네 식당들이 있다. 돈을 환전하라는 우리네 농협도 있고 우리네 페밀리 마트도 있다.
남한에서 낸 뷔페식당도 있다.
서커스나 노래 공연을 하는 공연장이 있다. 한 쪽에 자살한 현대의 '정몽헌 비'도 세워져 있다.
이는 남한에서 만들어 놓은 동네처럼 보인다.
여행코스를 선택하라고 했다. 금강산의 비룡폭포-구룡폭포-상팔담으로 올라가는 코스와
만물상을 올라가는 코스가 있는데 만물상은 경사가 급한 반면 정상에 오르면 아래로 내려다
보이는 경치가 참 좋고, 구룡폭포는 산책로처럼 올라가는 경사가 완만하고 주변에 게곡이 있어
주변 경치를 보며 올라가는 맛이 있다고 했다. 내가 경사가 급한 산을 올라 갈 엄두가 나지 않아
우리는 비룡폭포 쪽을 선택했다. 38명 중에 만물상을 택한 사람이 32명이나 되어 다 차에서
내리고 비룡폭포를 선택한 6명만 남았다. 북측 식당에서 점심을 먹으려면 산에 오르기
전에 미리 식권을 사서 예약을 해 두어야 한다는데 우리 조장은 만물상 가는 손님만 데리고 가
버려서 남은 6명은 식권도 구입 못하고 등산을 하게 됐다.
구룡폭포
무대바위
온천 앞에 있는 식당 메뉴판..... 이 식당도 남한 사람이 하고 있음.
우리는 졸지에 버려진 아이가 되어 남한에서 낸 뷔페에 갔더니 벌써 다 끝나서 입장이 안 된단다.
그래서 남쪽에서 하는 '광개토' 에서 돼지고기 덮밥(10$)과 더덕구이(10$)와 점심을 먹었다.
대동강 맥주도 한 병 시켜 마셨다. 북에 와서 냉면 맛도 못 보고 돼지고기 덮밥이라니.... ㅉ
다행히 돼지고기 볶음과 더덕구이 맛이 좋았다. 밑반찬은 좀 부실하다. 값은 우리나라 음식의
두배도 넘는다. 북한에도 좀 줘야 하고 남한도 가져야 하니 값이 쎄다.
'광개토' 식당에서 이게 2만원짜리 밥상. 밥 두공기, 맑은 콩나물 국 두 대접, 돼지고기 볶음,
더덕구이, 배추김치, 락교 고추가루 무친 거, 도라지무침... 술은 별도.
대동강 맥주 .... 남한 하이트가 3천원 북한 대동강 맥주가 4천원.
천막을 쳐 놓고 북한산 송이를 팔았다. 솔나무 향이 진하다는 송이. 김일성 뺏지를 달은
판매원이 송이를 한 번 보자는 말에 무표정하게 뚜겅을 열어 보였다. 송이가 9개 정도
담겨 있는데 정말 잘 생겼다. 10만원이라고 했다. 달러를 사용해야 한다더니 한국 돈도
받았다. 너무 비싸 구경만 했다.
집으로 돌아 오는 길.
3시 50분에 모여 북측 출입국 사무소를 거쳐 남측 관리소에 도착하니 조장이 핸드폰을
다 나누어 주었다. 버스 안의 사람들이 일제히 전화를 했다.
"응, 나 지금 북에서 넘어 왔어. 여기 남한이야!"
묶인 포승줄을 푼 것처럼 하늘을 향해 두 팔을 벌렸다. 남측 출입국 관리소에 한 발을
내딛으며
"아~ 온몸의 나사가 다 풀어지는 것 같아!"
한 아주머니가 내 말에 동조를 하며
"그래요. 따뜻해요."
"그쵸? 온 몸에 온기가 느껴지죠?"
경직되어 있던 사람들이 갑자기 여유있어 보인다. 얼굴에 생기가 나고 걸음걸이 마저
생기있다..
북측은 공기는 맑고 깨끗한데 온기가 없다. 하도 하지 말라는 것이 많아 우리가 알게
모르게 북쪽에서 긴장하고 있었나 보다.
북에서 3시 55분에 버스에 타서 군사분계선을 넘어 남쪽 출입국 관리소를 거쳐 서울역에
도착하니 밤 10시. 다시 시내 버스를 타고 집에 도착하니 10시 40분이다. 버스만 장장
6시간 40분을 탔다.
집으로 돌아오는 시내버스 안에서 버스가 너무 지겨워 뛰어 내리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입에서 '아우 지겨워.' 소리가 절로 나왔다.
***** 북한 금강산은 우리나라 설악산 계곡 같다. 좀 크기가 더 큰 게 차이라면 차이.
북에 가서 옥류관도 못가고 .... 냉면 못 먹고 온 게 억울해서 남한에 와서 다음 날 바로
냉면 먹으러 갔다 왔다.
그런데 내 생각은 다르다. 어디든 여행은 다 의미있다. 좋은 걸 보고 감동 받으면 그 감동 받은 것이
의미 있고, 이렇게 좋은 것보다 안 좋았던 것이 더 많으면 많은대로의 느낌도 소중하다. 안 좋은
모양새를 보면 나는 저러지 말아야지 하는 것도 공부다.
북한 여행을 하고 돌아 온 지금,
앞으로 대한민국을 더욱 더 사랑하게 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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