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작은 비밀
요즘 원두커피를 즐기는 사람이 많은데,
우리 집 남편은 다방 커피, 자판기 커피라고 일컫는 커피믹스를 즐긴다.
사실 맛도 괜찮고 간편하고 편리함으로 그만한 것이 없다.
그런데 커피크림이 몸에 좋지 않다는 말에 마음이 쓰이는데
남편은 개의치 않는다. 우유가 든 커피믹스를 사오려냐니까 그럴 필요없다며
손사래를 친다. 신경 쓰지 말란다. 그 커피 아닌 다른 커피는 싫단다.
지금껏 마셔왔는데 뭔 탈이 나려구? 하며.
커피크림은 팜유 같은 식물성 유지에다 식품첨가제 카제인 등과 혼합해
만든다고 한다. 카제인나트륨에서 멜라민이 검출 됐다는 말도 있다.
아이와 마트에 갔는데 커피크림에 든 화학 합성물인 카제인나트륨 대신
무지방 우유를 넣은 커피믹스가 눈에 뜨였다. 잠시 망설였다.
평소에 마시던 커피와 맛이 다르면 남편이 단번에 알 텐데,
그러나 일단 사가기로 했다. 몰래 무지방 우유를 넣은 커피믹스로 커피를
타 주고 남편이 눈치 채지 못하면 우유를 넣은 커피믹스로 갈아 탈 셈이다.
남편이 커피를 찾는다. 무지방 우유를 넣은 커피믹스로 커피를 타주었다.
맛이 어떠냐고 물으면 그게 더 수상할 것 같아 아무 말 않고 있는데
남편 역시 아무 말 않는다. 남편 표정을 보니 카제인나트륨을 넣은 커피믹스와
무지방 우유를 넣은 커피믹스와의 맛의 차이가 없어 보였다. ㅎ
남편은 이제 무지방 우유를 넣은 커피만 마신다.
카제인나트륨을 넣은 커피로 알고 있지만.
남편을 위한 딸과 내가 간직한 착한 작은 비밀은
말하지 않는 영원한(?) 비밀이 될 것이다.
새끼손가락 걸고, 지장 찍고, 복사도 하고
"쉿!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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