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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강]만화가 강풀의 웹툰, 그리고 일상

블랙이네 2015. 12. 12. 10:08

 

 

[특강]만화가 강풀의 웹툰, 그리고 일상

 

2015년 12월 6일(일), 13시 / 7층 문화센터

 

강풀(강도영) 만화가

상지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그림을 배운 적이 없다는 말이 무척 놀랍다.

 

 

강풀의 웹툰, 그리고 일상.... '재미있는 이야기 만들기'

 

글이나 만화나 재미있는 이야기 만들기가 중요하다.

 

 

나와 만화

 

주로 대학교 강연을 많이 나가는데 백화점 문화센터 강연은 처음이라고.

 

만화가를 직접 만난 것은 처음.

뿔테 안경에 키가 크고 제법 몸집도 있어 보이고.

귀에 콩알만한 귀걸이가 인상적이었다. 

 

 

요즘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일정이 바쁜데,

다행히 일요일에 강풀작가의 특강이 있다고 해서 그를 만나러 갔다.

강풀의 유명세는 익히 알고 있었지만, 그의 작품을 본 것은 '그대를 사랑합니다.' 만화와 영화 뿐이다.

나이가 들어도 '만화'에 대한 추억이 크다.

 

 

예전에는 만화가가 되는 길은 만화가 문하생이 되거나 공모전에 당선 되는 길 뿐이었다고.

 

지면이 있는 곳에 이력서를 40군데? 400군데? 여러 곳 보냈는데

한 곳도 만화를 실어보라고 답을 주는 곳이 없었다.

지면이 없어 어쩔 수 없이 인터넷에 자기만의 공간을 만들어 만화를 그리게 됐다.

사람들이 웹툰작가라고 한다. 지면이 없어 웹툰을 시작했는데

그것이 웹툰작가라는 이름을 얻게했다.

(요즘은 시대적으로 스마트폰으로 보기에 웹툰이 적합.)

 

웹툰 데뷔작이 '똥 만화' 였다. 똥을 지면에 그리니 독자들이 무척 재미있어한다. 

그래서 그 다음으로 '오바이트', '가래', 각질(?)' 등 더러운 것만 연이어 올려 '엽기만화가'라는 이름도 얻게 되었다.

독자들의 반응이 오고 스포츠신문에서 연락이 왔다. 지면을 줄테니 만화를 그리라고.

출판사에서 만화를 그리라는 허락을 얻음으로해서 비로소 만화가가 되었다.

그시절에는 스포츠신문의 만화가 TOP이었다.

 

예전에는 위에서 아래로... 출판사나 신문사에서 지면을 할애해줘야 만화가가 되었는데

지금은 아래에서 위로 ... 인터넷 상에서  독자가 만화가라고 인정해주면 만화가가 된다.

 

스포츠신문에서도 첫 만화 주제가 똥이었다. 반응이 뜨거웠다.

이런 소재로 지면을 채워나가다보니 어느 날 한계가 왔다.

언제까지 똥, 가래로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나는 계속 만화가로 살고 싶은데.

한두 번은 재미있을 수 있다. 그런데 꾸준히 재미있기가 어렵다.

퀄리티를 꾸준히 유지해가며 그림을 그릴 수 있다면 천재다.

 

순정만화를 처음 그렸다. 주제는 '띠동갑 연애'

지금은 띠동갑을 넘는 연애도 많지만 그때는 욕을 많이 먹었다. 폭발적인 인기와 함께.

 

호러와 멜러를 왔다갔다했다. 여름에는 시원하게 호러 ~ 겨울에는 따뜻하게 멜러(순정만화).

 

『26년』은 호러도 멜러도 아니다. 많은 사람에게 읽히고 싶은 사명감으로 무료로 열어뒀다.

 

 

 

 

 

 

 

 

 

『아파트』 - 호러만화

『그대를 사랑합니다.』 - 순정만화

『이웃사람』- 연쇄살인마 / 안전한 귀가였다.(당시 유영철 사건이 있었다.)

『어게인』 - 살아야한다. 내동생

『당신의 모든 순간』

『조명가게』- 가장 난해하다는 평가 받음

『마녀』-  이 아이를 말하면 다치거나 위험해. 이 아이를 좋아하면 죽어. 사랑한다고 말하면 죽어.

『무빙』 - 액션만화를 해보고 싶었다. 미쳤었던 거 같다. 그런데 반응이 좋았다.

 

♡♡♡

 

지금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다. 수면시간이 4시간이 안됌.

40대 전에는 괜찮았는데 이제는 체력이 떨어지는 걸 느낀다.

『무빙』을 끝으로 지금은 놀고 있다. ㅎㅎ

 

 

 

35개월된 딸이 있는데 태어난 아가를 위해 유아그림책을 냈다.

 

'세상에서 제일 힘든 게 애 키우는 거다.

 여자들은 퇴근이라는 것 없이 아가를 보는데 엄마 혼자 애 키우는 게 전쟁 같다.'

연재를 쉬고 아가를 키웠다.

 

아가를 낳고 보니 언제 인기가 떨어질 지 몰라 불안했다.

그런데 유아그림책이 꾸준히 나가 아이의 학자금이 쌓이고 있다.(웃음. ㅎ)

 

유아그림책을 써 출판사에 갔더니 처음엔 안되겠다고 했다.

유아그림책은 모두 '세상은 아름다운 거야. 다 잘 될 거야.' 하는 식인데

자신의 유아그림책은 '아이가 해보다가 안 되는 일'을 주제로 썼음. - 안 되면 어때? 하는 식의 그림책이다.

책 제목이  『안녕, 친구야 / 또 하나의 책은 『얼음땡』 - 아빠들은 어릴 때 이렇게 놀았다... 하는 내용.

 

♡♡♡

 

세상의 모든(?) 직업은 재미없다. 직업이니까 하는 거다. 가족을 먹여살려야 하니까.

너무 힘들 때 이 이유가 극복하는 힘이 된다. 프로가 된 이상 어떻게든 해야 하니까.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는 좋아서 그리기만하면 아마추어이고, 조금이라도 돈을 받으면 프로이다.

통장의 잔고가 비어가는 걸 본다든가, 커가야하는 아기를 본다든가. 하면

직업이니까 열심히 하게 된다.

 

 

♡♡♡

 

중국 시장이 커 강풀작가도 중국에 진출. 모두 유료로 보게 함.

좀 지켜봐야 결과가 보일 것 같음.

 

♡♡♡

 

일단 만화 8편이 영화화 됐다. 3편은 성공하고 나머지는 망했다. 죽 쒔다. ㅎㅎ

영화로 계약할 때는 배우와 감독을 정하는 게 까다롭지만

그 후에는 감독에게 권한을 줌. (감독을 존중하고 시간적인 문제도 있고...)

 

앞으로 4편 더 개봉 예정이라는데... ㅎㅎㅎ 성공하시길

 

 

 

 

만화는 그림과 글로 구성되어 있다.

 

강풀의 작업방식은 시작하는 모든 이야기를 처음부터 결말까지 다 써놔야,

대사까지 완벽하게 다 해놔야 마음 놓고 그림 그리기 시작함. 

 

내용의 큰제목을  보면 / 안녕하세요, 아픔, 거짓말, 스토커 등등

내용을 보면 / 학교에 나는 소문, 아버지와의 대화, 안전한 10분 등

 

이런 것도 시나리오라고 하나? 구성이 세세하다.

 

 

 

저는 어릴 때(초등학생이었는지, 중학생이었는지?)부터 거의 매일 도서관에 가서 살았어요.

처음 읽은 책이 장편연애소설이었어요. 11권짜리.

세상에 이런 좋은 곳이 없었어요. 하루종일 책을 공짜로 읽고 심지어 책을 대여할 수 도 있고.

원래는 한 사람당 2권 빌려주는데 매일 가서 책을 빌리고 반납하고 ... 꾸준히 하니까

도서관 사서들이 물었어요.

 

"너 이거 진짜 읽니?"  

 

그다음부터 저만 10권씩 빌려 볼 수 있게 됐어요. 사서 누나들이 되게 예뻐했어요.

중,고등학교 학교갈 때 가방에 소설책을 넣어가서 수업시간 내내 책만 읽었어요.

 

소설도 한두 권짜리는 재미없어요. 대여섯 권정도, 그 이상의 시리즈여야 재미있어요.

(이야기 구조에 빠져 듦.)

 

그 친구가 만화를 그린다고 할 때, 너무 그림만 잘그려서는 만화가가 될 수 없어요.

그림을 잘그리는 것과 만화를 잘그리는 것은 달라요.

그림은 누구나 잘그릴 수 있는 - 한 장면을 잘그리는 것과 만화는 다르기때문에

너무 그림에만 몰두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림만 잘 그리면 '그림'

만화라는 것은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그림을 통해서 전달하는 것이기 때문에.

 

 

책도 좀 읽고, 저는 TV 예능 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해요.

TV를 많이 보고 영화도 많이 봤으면 좋겠어요.

주변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나에 관심을 두고.

 너무 혼자 외따로 떨어져서 자기만의 세계에 빠지면 주변사람이 뭘 좋아하는지 모르니까. 

 

가장 현실적인 조언은 사실상 만화과에 가는 게 좋아요. 지금 중학생이라면.

지금 우리나라에 만화과가 70여 개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물론 입시미술을 배워야겠지만.

그래도 현재 만화가 친구들을 보면 70~80%는 만화과 출신.

어느 정도는 4년동안 체계적으로 만화를 배우는 편이니까.

제 어시스턴트들도 다 만화과 출신이에요.

만화과를 간다는 것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어느정도 도움은 된다고 봐요.

그 조카분한테 인터넷에 올리는 것은 계속 하라고 하구요. 다만 너무 그림에만 빠지지 말고....

그리고 내 만화 올리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다른 사람 만화를 많이 보는 거에요.

 

 

1~2권짜리 책은 재미없고 5~6권은 넘어가야 재미있어요.

좋아하는 작가는 황석영, 조정래선생님 책 너무 재밌거든요.

시리즈 책은 처음에는 한 권 넘기기가 힘들어요.

그런데 한 권만 넘어가면 열 권까지는 금방 읽혀요.

단편은 너무 짧게 끝나 안읽게 되더라구요.

 

저한테 오랫동안 따라다닌 말이 '만화 못그리는 만화가'였어요.

저에게는 콤플렉스였어요.

만화가에게 그림을 못그린다는 것이 얼마나 마이너스인지.

이 바닥에 들어오면 뼈저리게 느껴요.

 

어느 순간 저의 한계를 느꼈던 게

노력하는 사람을 폄하하는 것은 아닌데 그림도 타고 나야 해요.

노력하면 될 줄 알았는데 안되는 게 있어요.

남들보다 사실 노력을 많이 했다고 봐요.

객관적으로 그림쟁이들, 훈련하는 거 중에 잡지떼기라는 게 있어요.

잡지를 한 권 가져다가 1권부터 마지막 권까지 똑같이 따라 그리는 거에요.

이게 훈련이거든요. 10권 넘게 독하게 했는데 안되더라구요.

그래서 알게 됐어요.

'아, 이게 분명 선천적인 것도 있구나.'

 

 예를 들어 가수가 목소리를 타고나거나 절대음감을 타고나거나,

농구선수가 키를 타고 나거나 하는 등 타고나는 게 있어요.

 

내가 못하는 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잘 할 수 있는 것은 포기하지 말자.

 

 

 

♡♡♡

 

강풀작가는 만화를 배워 본 적이 한 번도 없고(믿기지 않지만 사실이라는),

대학도 문예창작과가 아닌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고 함.

대학 때 총학생회에서 홍보를 담당했는데 벽보를 쓰면 학생들이 관심을 보이지 않아

그때 글 옆에 만화를 그린 게 처음이라고.

특징 하나는 만화동아리를 만들어 활동한 것이 만화가가 되는 계기가 된 것 같고

 어릴 때 책에 빠져 산 것이 스토리를 만드는데 큰 도움 되지 않았나 싶다.

 

대학을 졸업할 때는 만화가 좋아 만화를 안그리고는 못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만화가가 되려면 남의 만화를 많이 봐라. 책 읽는 거 중요함.

 

 

'위인전'이라는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뛰어나고 훌륭한 사람의 업적과 삶을 적은 글, 또는 책'이라고 나와 있다.

 

'업적과 삶을 적었다'고 하면 살아있는 자라기보다는 죽은 자라는 느낌이 들지만,

나는 어떤 분야에서 앞서가는 사람을 만나고 오면 살아있는 '위인전'을 한 권 읽은 기분이다.

자서전과는 또다른, '위인'이라는 단어가 더 어울리는 느낌?

 

그래서 난 그 분야에 대표되는 사람의 특강 듣는 것을 좋아한다.

시간이 허락하면 발품을 팔아 챙기는 편이다.

 

남다른 삶을 살아온 이야기를 듣고 돌아올 때의 기분?

 

마구 벅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