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말ᆞ말ᆞ말

1박2일 신종플루

블랙이네 2010. 2. 16. 07:54

 


며칠 전, 갑자기 순간적으로 소름이 돋더니 온 몸이 차디찬 얼음이 되었다. 그러더니 열이 났다.

체온을 쟀는데 37.8도, 38.2도로 오른다. 그날이 토요일, 종합병원 응급실에 내 발로 찾아갔다.
목이 아프거나 콧물, 재채기는 나지 않았는 열이 오르니 일단 타미플루 처방을 해주고

신종플로 확진 검사를 받았다. 콧구멍으로 길고 납짝한 종이 막대를 깊숙히 넣었다가 뺐다.

타미플루 약은 모두 10알이다. 아침 저녁으로 먹으라는데 5일치 약이다. 별도로 해열제를 같이

처방해 주었다. 아침, 점심, 저녁에 먹으라고 했다. 신종플루로 감염이 됐다는 문자를 받으면

약을 5일치 모두 챙겨 먹고 감염이 되지 않았다는 문자를 받으며 약은 그만 먹어도 된다고 했다.

 

응급실에 가면 세상사람이 모두 환자 같다. 내 옆 환자는 만삭의 임신부인데

열이나고 콧물, 재채기를 심하게 했다.

 

평일이 아닌 토요일 응급실을 찾는 바람에 평일에는 8만원만 내도 되는 것을 

거금 12만원 병원비를 내고 왔다. 결과는 하루나 이틀 뒤에 휴대폰으로 연락이 갈 것이라고 했다.

계산을 하면서 바뀐 휴대폰 번호를 알려주고 왔다.

 

집에 오니 열은 38.8도까지 올라갔다. 처방받은 타미플루와 해열제를 먹고..

 가족들은 접근 금지를 시키고 안방에 누웠다. 계속 한기가 느껴졌다. 허리가 너무 아프다.

그리고 약 기운인지 잠이 왔다. 

아이가 마트에 가서 일회용 밥, 일회용 숟가락, 캔에 담긴 죽, 빵, 생수를 사왔다.

하루는 어떻게 방에 갇혀 지낼만 했다. 저녁이 되니 열이 조금씩 내렸다.

다음 날 아침이 되니 체온이 정상이 되었다.

 

아직 문자 연락이 없다. 토요일, 일요일 모두 휴일이라 아마도 월요일 아침에나 연락이 올 듯 했다.

남편과 아이가 번갈아 밥을 작은 식판에 담아 방에 들여놓았다. 큰 애가 청소기를 돌리고, 작은 애가 설거지를 했고, 남편이 화분에 물을 주었다. 나는 침대에 앉아 4끼의 밥을 받아 먹었다. 

약기운에 잠을 자고 깨고 또 잠을 자고... 열이 내리고 나니 이제 지겹기 시작이다.

저녁 9시경 문자를 보내려고 휴대폰을 열었다. 월요일에나 문자가 올거라 생각했는데

병원에서 문자가 와 있었다.

 

[00병원]000님 신종플루확진검사결과는감염이아닌것으로나왔습니다

 

괜한 타미풀루 처방 받고 안방에 1박2일 갇혀있다가 
감염 되지 않았다는 문자 받고 해방 되었다.

낮1시에 문자 온 걸 확인 하지 않아 괜히 점심도 저녁도 안방에서 받아먹었다.

예전 같으면 열이 나도 땀 쭉 빼고 집에 굴러다니는 해열제 하나
입에 털어 넣고 잠 푹 자고 나면 되는 일을

신종플루라는 것 때문에 열만 나면 바보가 되어 병원을 찾는다.
 

 마스크(1,500원)를 받아왔다. 생수와 체온계를 옆에 두고...

 

 127,000원

 

식후 30분 해열제는 아침, 점심, 저녁 먹고

타미플루는 아침, 저녁 챙겨 먹으라고 했다.

 

 

 

 

일외용 그릇에 일회용 수저에... 안방에서 밥 받아먹고...

감염이 되지 않았다니 고마울 따름이고...

이렇게 안방에서 받아 먹은 밥이.. 우수운 이야기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