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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알아듣는 우리집 창포, 드디어 꽃을 활짝 ~

블랙이네 2012. 5. 13. 10:33

 

 

창포

 

 

 

2년전인 2010년, 큰아이가 회사에서 농촌으로 봉사 갔다가 이장님이 주셨다며

풀 한 포기를 가져왔어요. 꽃은 없고 키만 싱겁게 커 볼품없는 화초의 이름이 창포.

말로만 듣던 창포가 눈앞에? 창포잎이 이렇게 생겼구나.

5월 단오에 저것으로 머리를 감는다는 거지. 어떻게 머리를 감는거지? 꽃은 어떻게 생겼을까? 무슨 색 꽃?

창포를 받아든 순간 머리 속에 온통 물음표가 때굴때굴. ㅎ

 

 

넉넉한 화분 사서 심고 창포꽃이 피길 턱바치고 기다렸지만, 2010년 겨울은 죽은 듯 시들고.

2011년 생기있는 푸른 잎을 삐죽이 흙 위로 밀어내서니 그해 역시 꽃도없이 잎이 누렇게 져버렸어요.

실망했지만 어쩌겠어요. 우리집 일조량 탓인가보다 했어요.

잎이 얼어 축 늘어진 창포를 보고 남푠이 말했어요.

 

"저, 대파 같은 애 뽑아버리고 다른 거 심지? 쟤는 꽃도 안피고."

 

"아이고, 꽃이 알아 들으면 어쩌려고.(설마?) 죽지도 않은 애를 어찌 뽑아버려? 잎은 씩씩한데."

 

 

 

아무래도 창포가 그 말을 들은 것 같아요.

2012년 5월 5일. 잎 사이로 꽃대가 올라왔어요.

호들갑 호들갑 ㅎㅎㅎ

 

"쟤가 작년 겨울에 대파같다고 뽑아버리란 말 듣고 저러는 거야."

 

 

 

야무지게 꽃잎을 꼭 다물고는 무슨 색 꽃을 피울지 비밀이라더니

오늘은 어버이날 축하 선물처럼 슬쩍 보라색을 내비치네요. ㅎㅎ 우와~

대파같기만하던 창포가 보라꽃 피울 준비를 합니다.

우아한 품격이 보여요. 꽃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 ㅎ

 

 

꽃을 피우지 못한다고 뽑아버렸으면, 이런 신기한 즐거움 모를 뻔 했어요.

아침에 눈을 뜨면 베란다에 있는 창포 문안인사부터 여쭙고(?) ㅎㅎ

문안인사의 속셈은 꽃이 활짝 피면 기념사진 한 방 찍어 줄라구 ~~~

 

그리고 아침 식사 준비 해요. ~~~ 창포 ~ 좋은 아침~~~

 

 

 

난리 ~ 난리 ~

 

"창포꽃 폈따!~"

 

신나서 ~ 메가폰 들고 '동네사람들~ 우리 집에 창포가 꽃 피웠어요!' 할 판이에요.

 

"창포꽃 피었때두!"

 

 

 

창포는 화려하지 않지만,

선이 곱고 참 멋스러워요. 아침을 닮은 꽃.

아름답고 품위 있고 있어보이는(?) 꽃. ㅎㅎㅎ

 

귀한 꽃을 보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