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그리고 스케치

럭셔리 빨래 삶기

블랙이네 2011. 11. 26. 16:16

 

 

영화에서 빨간 장미꽃잎을 띄운 욕조에

군살 하나 없이 미끈한 여자가, 아니 서양여자가, 아니 섹시한 서양 여배우가

목욕을 즐기는 장면을 본 적이 있습니다. 한 손에는 붉은 와인이 담긴 잔을 들고....

클레오파트라인지, 양귀비인지... 금가루 목욕 이야기도 나오고...

저렇게 목욕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다가도

욕조 물 뺄 때 .... 장미꽃이랑 ㄷ ㄷ ㅐ랑...

내 손으로 욕조 청소할 생각을 하니

에이, 별룹니다.

호사스러운 장미꽃잎 목욕도 집에 일하는 사람 한,둘은 있어야 꿈 꿔 볼 일~~

꿈에서나 어디 한번~~~ 푸푸푸

 

***

 

이 꽃은 그냥 조화가 아니고 비누로 만든 장미입니다.

비누가 너무 예뻐 그저 바라만 보고 있다가

바라보는 것도 1~2년이지, 언제까지 두고 볼 수만은 없는 일.

여러 겹의 얇은 장미꽃잎이라 손을 씻기도 망하고.

 

결국 생각한 것이 장미꽃잎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제일 제대로 이 꽃비누를 잘 쓸 수 있는 방법을 찾았어요.

빨래를 삶을 때 이 비누를 넣기로. ㅠ.ㅠ 

나는 못하는 장미꽃잎 목욕을 빨래들에게나 시켜보자는

대리 만족...? ㅎㅎㅎ

 

 

장미꽃 비누를 넣고 빨래를 삶았습니다.

누런 빨래들은 지들이 귀족이라도 된 것 마냥 행복해 했을 테고,

장미꽃 비누는 처량하고 서글퍼 신세한탄을 했을지도 모릅니다.

 

장미꽃잎 비누의 처량함은 십분 이해되지만,

아랑곳하지 않는 나는 아줌마 생활 26년의 멋없는 아줌일 뿐입니다.

장미꽃잎 비누를 요량있게 잘 쓴 것만 그저 좋아

빨래를 뽀얗게 삶아 툭툭 털어 빨래줄에 널었어요.

 

"기분 좋다.~ 이 기분에 빨래 삶는다니까..."

 

빨래에서 장미향이 나나봐요.

그냥 기분에 그렇다는 얘기구요. ㅎㅎㅎ

 

"빨래~ 끝!"